[세계인이 참여하는 임실 종갓집 체험에 가보니]모두 재미있어서 떡메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3년 05월 16일 14시00분
5월 싱그러운 잎들이 생명력을 과시하는 둘째 주에 임실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 왔다.
브라질의 맥킨지대학교 전 총장이며 현재 세계개혁주의협의회의 고메즈 다비 찰스국제의장과 중남미의 제자훈련지도자인 고영규목사, 프랑스의 요한 칼빈 신학교 명예학장인 빌토드 피에르, 전 미국 UN대사인 시브 앰매세더 시찬 등 20여 명의 세계개혁주의협의회(World Reformed Fellowship) 이사들이 문화재청의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인 임실 이문원고택의 '콩깍지속의 콩, 혼불을 다시 쓰다' 프로그램에 참여기 위해서 왔다.
'콩깍지속의 콩, 혼불을 다시 쓰다'는 문화재청의 고택종갓집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세계개혁주의협의회(World Reformed Fellowship) 이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전통문화체험과 문화의 세대 계승이 어떠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가를 알기 위함이었다. 더욱이 서울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전라북도 임실의 이문원고택을 찾은 이유는 ‘콩깍지 속의 콩’이 깍지 안에 있으면 생명력이 없으나 땅에 심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이치가 성경의 오햔복음 12장 24절의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는 말씀과 비슷힌 맥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문 밖에서 이문원고택에 대한 설명과 한옥의 구조와 배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후 안채에 들어갈 때까지 ‘고개를 숙여야 한다, 다리를 높이 들어야 한다’ 등 한옥 체험을 유교의 예절문화와 함께 강조하며 설명하고 주의를 주었어도 그들의 삶 속에 체화되지 않아서 머리를 몇 번이고 찧기도 하고 양반다리를 못내 힘들어 하기도 했다. 마당에서 이루어진 전통혼례는 최명희 소설 '혼불'의 1부 1장인 '청사초롱'의 대사를 골라 진행하는 것으로 신랑 역할은 젊은 미국인이, 신부 역할은 신랑보다 나이가 있는 영국인이 하기로 했다. 또 집례자인 허근의 역할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고 이해하시는 분이 맡아 진행했다. 영국 신부는 부선재배(婦先再拜 : 신부가 먼저 절을 두 번 하는 것)와 미국 신랑이 부일배(夫一拜 : 신랑이 신부의 2번의 절을 받고 한 번 하는 절)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두 번째로 신부가 절하는 부분에서는 수모까지 넘어지고 족두리는 비틀어지고 모두 한참을 웃었다. 한국문화를 아시는 분이 ‘웃으면 딸 낳는다!’는 말을 하니 그게 무슨 뜻인가? 하여 통역을 담당해 주신 분이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딸이 좋다고 한다. 옆에서 떡 만드는 체험도 모두 재미있게 했다. 어떻게 이것이 떡이 되는가?에 대해 신기해하면서 떡메에서 떡이 떨어지지 않으니 힘들여 떼어내는 등 고생을 했다. 하지만 모두 재미있어 떡메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콩고물을 묻혀 맛을 보면서 "이렇게 맛있는 떡은 처음 먹어본다고 맛있고 재미있다"고 고메즈 다비 찰스씨는 “한국의 전통문화는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이구나! "라고 체험의 느낌을 말했다.
전통혼례청 옆에서는 또 전유어와 육전 만드는 맛있는 냄새가 '콩깍지속의 콩, 혼불을 다시 쓰다'의 '청사초롱'을 진행하는 임실 이문원고택의 담을 넘어 마을 전체로 퍼져 마을 분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밤이 되어 '달의 정기를 마시는' 흡월정을 했다. 건강한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우리 여인들의 소망 담은 놀이임 셈이다. 시브 앰매세더 시찬씨는 ‘시찬’이라는 이름이 보름달이라는 뜻이라고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다!”라고 하면서 매우 즐거워했다.
이후 박윤희대표가 이끄는 아세헌의 소리꾼들이 아쟁 연주,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 그리고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숨떨어지게 한바탕 불렀다. 이어 참가자들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박윤대표는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를 가르쳐주었으나 서양의 정서로 연주자들이 애써 연주하는데 끼어드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았다. 다시 이 프로그램의 단장이 추임새에 대해 통역해 달라고 부탁, 추임새를 배운 후 열심히 추임새를 넣고 함께 한바탕 잔치를 수놓았다. 밤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남반구에서는 금성을 잘 볼 수 없는데 이곳에서는 금성이 잘 보인다고 사진을 여러 장 찍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안한 전경미 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 이사장(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이제 임실의 고택이 세계인이 오는 장소가 되었으니, 임실 오수의 둔덕마을, 둔기마을을 배경으로 한 최명희의 '혼불'이 영어로 번역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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